[산티아고 순례길 #22] 짐을 잃어버렸던 테라디요스에서 만난 인생 맥주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의 아늑한 수녀원 알베르게를 뒤로하고, 저희 부부는 다시 메세타 평원의 고즈넉한 길을 따라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로 향했습니다. 사진 속 지나온 길을 다시 들여다보니 탁 트인 멋진 자연풍경뿐만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흔적들이 마음을 울립니다. 특히 길 한가운데 자갈을 하나하나 모아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거대한 순례길 화살표 표시를 보았을 때는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 화살표는 처음에 누구부터 만들어 나간 것일까?', '한 사람이 전부 만들고 간 것일까, 아니면 이곳을 지나간 수많은 순례자들이 돌 하나씩을 보태며 함께 완성한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자연이 주는 풍경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이 길을 걸어간 수많은 이들의 손길과 온기, 그리고 작은 물건들이 어우러져 비로소 완숙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뜻깊은 발걸음이었습니다. 1. 가슴이 철렁했던 동키 서비스 배낭 분실 소동과 해결법 그러나 감상도 잠시, 마침내 테라디요스 알베르게에 도착한 저희 부부에게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끔찍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 보관된 짐들을 확인해보니, 다른 순례자들의 배낭은 다 도착해 있는데 오직 저희 부부의 배낭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몰라 제 배낭에 넣을 수 있는 만큼 짐을 넣고 남편 배낭도 가볍게 만들어 보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난감했습니다. 만약 이 배낭을 영영 잃어버린다면 남은 순례길 여정을 여기서 전면 중단해야 하는지 막막함과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알베르게 주인에게 저희가 출발했던 수녀원 알베르게 위치를 설명하자, 주인이 직접 동키(짐 배송) 회사에 연락을 취해 상황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동키 회사의 실수로 짐이 누락되어 있었고, 결국 회사 측에서 택시를 불러 저희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