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바델로에서 폰프리아: 갈리시아 오르막과 알베르게 공동 식사

트라바델로에서 폰프리아로 향하는 길은 이번 순례길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고비였습니다. 특히 라스 에레리아스를 지나 오 세브레이로로 이어지는 구간은 경사도 가파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오르막 탓에 체력 소모가 상당했습니다.

  • 출발지: 트라바델로(Trabadelo)
  • 도착지: 폰프리아(Fonfría)
  • 총 거리: 약 30km
  • 주요 경유지: 라스 에레리아스, 라 파바, 라구나 데 카스티야, 오 세브레이로, 산 로케 고개, 오스피탈 다 콘데사, 파도르넬로, 알토 도 포이오
  • 길의 특징: 오 세브레이로를 향한 긴 오르막과 이후 알토 도 포이오를 넘는 고지대 구간
  • 최고 고도: 알토 도 포이오 약 1,335m

갈리시아로 향하는 끝없는 오르막

트라바델로를 출발해 발카르세 계곡을 따라 걷다가 라스 에레리아스를 지나면서부터 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곳부터 오 세브레이로를 향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특히 라 파바에서 오 세브레이로로 이어지는 가파른 숲길은 중간에 매점이나 바(bar)가 없는 무보급 구간이므로, 루이텔란이나 라 파바에서 식수를 넉넉히 채워 출발해야 합니다. 또한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안개와 함께 바람이 거세지기 때문에, 땀이 식어 저체온증이 오지 않도록 바람막이를 배낭 상단에 미리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걸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길은 지금까지 지나온 오르막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가파른 구간을 잠깐 치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걸어도 걸어도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피레네를 넘을 때 우회로를 탔던 기억과 비교해 봐도 체감상 훨씬 더 버겁게 다가왔습니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발을 내딛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고된 오르막을 묵묵히 버텨내야 할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오 세브레이로는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을 지나 최종 목적지가 있는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르던 중, 여유롭게 말을 타고 올라가는 순례자를 마주쳤을 때는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비록 속도는 느리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갈리시아의 땅을 내 발로 직접 밟겠다는 다짐 하나로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갈리시아로 들어서는 길에 만난 경계 비석

오르막 끝, 예상치 못한 발목 통증

긴 오르막을 올라 마침내 목적지에 가까워졌을 때는 안도감이 컸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잠시 쉬어가고 싶었고, 교회에 들러 기도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상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에 자극이 갔던 탓인지, 정상에서 쉼을 갖고 다시 걷기 시작하자 발목에 상당한 무리가 찾아왔습니다. 오 세브레이로를 지나 폰프리아로 향하는 내리막과 평지가 섞인 길에서 도저히 정상적인 걸음을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오르막보다 더 복병이었던 건 정상을 지나면서 나온 완만한 내리막과 울퉁불퉁한 자갈길이었습니다. 긴 오르막을 오르며 이미 발목과 종아리에 피로가 꽉 차 있던 상태라, 울퉁불퉁한 돌을 밟으며 삐끗할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등산스틱으로 체중을 충분히 분산시키며 발목 착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메세타 평원에서 31km를 걸었을 때도 다리 전체가 피로하긴 했지만, 발목 자체가 이렇게 아팠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필 가장 길고 험한 산악 구간을 걷는 날 다리에 문제가 생겨 더욱 막막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목적지인 폰프리아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아있었습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긴급처방으로 무릎 보호대를 풀어서 통증이 심한 발목 부위에 단단히 감싸 쥐었습니다. 제대로 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정말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는 남편이 제 배낭까지 자신의 배낭 앞에 메고 걸어주었습니다. 힘든 길에서 제 짐까지 대신 짊어지고 걷는 남편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절뚝거리면서도 목적지를 향해 계속 걸었습니다. 아픈 발목을 이끌고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발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폰프리아 마을의 역사와 알베르게 공동 식사

오 세브레이로를 지나 도착한 폰프리아(Fonfría)는 이름 그대로 '차가운 샘'이라는 뜻을 가진 높은 산골 마을입니다. 해발 1,200m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예전부터 험한 산을 넘어온 지친 순례자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던 곳이라고 합니다.

힘겹게 도착한 폰프리아는 규모가 큰 마을은 아니었습니다.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 풍경 속에서 '산 호안 데 폰프리아 교회(Igrexa Parroquial de San Xoán de Fonfría)'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16세기에 지어진 이 석조 건물은 슬레이트 지붕과 벽면 종탑이 인상적이었는데, 과거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구호소) 역할을 하며 소금과 물, 따뜻한 잠자리를 내어주던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폰프리아에서 만난 산 호안 데 폰프리아 교회 전경

아픈 다리를 이끌고 마침내 도착한 알베르게는 숙박비가 1인 9유로로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무척 깨끗했습니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태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저녁에는 알베르게 아 레볼레이라(Albergue A Reboleira)에서 열린 공동 식사에 참여했습니다. 이곳의 저녁은 갈리시아 지방 특유의 푸짐한 가정식으로 차려졌는데, 따뜻하게 속을 풀어주는 채소 수프인 칼도 가예고(Caldo Gallego)부터 푹 익힌 갈리시아식 소고기 요리, 빵과 레드 와인까지 한 상 푸짐하게 차려져 나왔습니다.

2인 기준 28유로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구성과 양이 훌륭했습니다. 하루 종일 끝없는 오르막과 갑작스러운 발목 통증에 시달렸던 터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 끼와 각국 순례자들과 나누는 식사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 구간(트라바델로~폰프리아)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특히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단순 거리(약 30km)뿐만 아니라 라스 에레리아스부터 오 세브레이로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그리고 이후 해발 약 1,335m인 알토 도 포이오(Alto do Poio)까지 연속으로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산길 구간에서 발목 통증이나 체력 저하가 올 때 팁이 있나요?

A.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등산스틱으로 체중을 분산시키고, 압박 붕대로 발목을 지지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통증이 지속될 경우 무리하지 말고 짐을 먼저 보내는 동키 서비스를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오 세브레이로 대신 폰프리아에서 숙박하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오 세브레이로는 관광객과 순례자가 몰려 숙소 경쟁이 치열합니다. 반면 12km가량 떨어진 폰프리아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며, 푸짐하고 따뜻한 전통 공동 식사를 제공하는 알베르게가 있어 피로를 풀기에 좋습니다.

마치며

트라바델로에서 폰프리아까지의 길은 제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손꼽히게 힘들었던 하루로 남아 있습니다. 갈리시아로 넘어간다는 의미 있는 길이었지만, 그 의미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오르막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내려오는 길에서 갑자기 아파진 발목은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혼자 걷는 길이었다면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배낭까지 대신 메고 걸어준 남편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