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세카에서 캄포나라야: 폰페라다 템플기사단성 갈림길 팁

몰리나세카에서 캄포나라야까지 걷는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에서 험준한 산악 지형을 완전히 벗어나 평탄한 비에르소 평원 지대로 접어드는 전환점입니다. 전날 철의 십자가(Cruz de Ferro)를 지나며 이어진 가파른 자갈 내리막길로 무릎과 발목에 피로가 극에 달했던 터라, 이날만큼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 출발지: 몰리나세카(Molinaseca)
  • 도착지: 캄포나라야(Camponaraya)
  • 총 거리: 약 16~17km (폰페라다 진입 루트에 따라 소폭 상이)
  • 주요 경유지: 캄포(Campo, 우회 시), 폰페라다(Ponferrada), 콜룸브리아노스(Columbrianos), 푸엔테스 누에바스(Fuentes Nuevas) 등
  • 길의 특징: 고도 변화가 적고 평탄한 아스팔트 및 농로가 주를 이루는 완만한 평지길
  • 주요 볼거리: 폰페라다 템플기사단성(대안 루트 경유 시), 보에사 강(Río Boeza), 비에르소 포도밭 풍경

몰리나세카 마을을 벗어나 조금 걷다 보면 순례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 갈림길은 단순히 몇 백 미터를 아끼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폰페라다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과 유적이 완전히 달라지는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몰리나세카에서 폰페라다로 향하는 공식 루트와 캄포 경유 대안 루트 갈림길 안내 지도

갈림길 선택: 빠른 길과 캄포 대안 루트

몰리나세카에서 폰페라다로 향하는 갈림길은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전통 공식 루트 (직진 방향)

    푸엔테 데 라 바르카(Puente de la Barca) 방향으로 직진해 보에사 강을 건너 시내 외곽 도로를 따라 들어가는 길입니다. 거리가 약 1km가량 짧지만 포장된 차도 옆 인도를 걷는 비중이 큽니다.

  2. 캄포 경유 대안 루트 (좌회전 방향, Variante)

    전통 마을인 캄포(Campo)를 지나 푸엔테 데 보에사(Puente Boeza) 다리를 건너 폰페라다 구시가지 중심부로 진입하는 길입니다. 돌길과 흙길,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템플기사단 성 바로 앞 광장으로 동선이 이어집니다.

이날 아침 저희의 선택은 망설임 없이 직진(공식 루트)이었습니다. 전날 내리막에서 혹사당한 다리의 피로도가 심했고, 솔직히 '조금이라도 덜 걷고 빨리 쉬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소한 거리 단축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도심 외곽을 걸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템플기사단성의 아쉬움

폰페라다(Ponferrada)는 11세기 순례자들을 위해 '철로 보강한 다리(Pons Ferrata)'를 놓았던 데서 유래한 도시입니다.

이곳의 상징인 템플기사단성(Castillo de los Templarios)은 12세기 중세 기사단이 순례자들을 이슬람 세력과 도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은 거대한 요새입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어우러진 웅장한 성채로,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까이서 마주하고 싶어 하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차도가 이어지는 삭막한 외곽 도로를 따라 폰페라다 시내를 통과하던 중, 문득 저 멀리 언덕 위로 거대하고 웅장한 돌 성채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템플기사단성이었습니다.

순례길이 성 앞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희가 걷는 길은 성채와는 점점 거리를 두며 외곽 상업 지구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침 갈림길 표지판의 의미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공식 루트는 성 앞 구역을 통째로 건너뛰어 도시를 관통하는 빠른 길이었고, 캄포를 거치는 대안 루트를 탔어야 성 바로 앞 광장으로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성채에서 한참 멀어진 외곽 도로를 걷고 있던 터라, 지친 다리를 이끌고 되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멀리서 아스라이 보이는 성채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 가까이서 웅장한 성벽을 마주하거나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폰페라다를 지나쳐야 했습니다.

폰페라다 시내 외곽 도로에서 멀리 바라본 템플기사단 성채의 모습

비에르소 포도밭과 알베르게 나라야

성채를 가까이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폰페라다 시내를 빠져나왔습니다. 콜룸브리아노스(Columbrianos)와 푸엔테스 누에바스(Fuentes Nuevas)를 지나면서부터는 길 양옆으로 푸른 밭과 포도밭이 넓게 펼쳐졌습니다.

끝없이 메마른 들판만 이어지던 메세타(Meseta) 고원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초록빛 포도밭과 완만한 산세를 따라 걷다 보니, 이제 산티아고에 정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렘이 다시 차올랐습니다.

이날의 목적지인 캄포나라야(Camponaraya)에 도착했을 때 남은 거리는 약 200km 안팎으로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비에르소의 평온한 포도밭을 걸으며 아침의 아쉬움을 달랜 뒤, 마을의 작은 숙소인 알베르게 나라야(Albergue Naraya)에 짐을 풀었습니다.

내부는 무척 깔끔하고 조용히 쉬어가기 딱 좋은 아담한 곳이었습니다. 취사 가능한 주방은 따로 없었지만, 1층 바(Bar) 공간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맥주 한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돌아가는 정겨운 일상 풍경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마을에 있는 디아(Dia)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습니다. 내일 길 위에서 먹을 간식거리로 스페인산 하몽을 넉넉히 사 와서 숙소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전날의 산길 내리막과 이날의 아스팔트길로 지쳤던 다리를 쉬어주며, 평화로운 캄포나라야에서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몰리나세카에서 폰페라다로 갈 때 어느 길을 선택하는 게 나을까요?

A. 템플기사단성을 가까이서 감상하고 구시가지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캄포(Campo) 경유 대안 루트를 추천합니다. 전날 산악 내리막으로 관절 통증이 심해 오직 휴식과 거리 단축이 목적이라면 직진 공식 루트도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도심 외곽 도로 위주로 걷게 됩니다.

Q. 폰페라다 템플기사단성은 입장료가 있나요?

A. 유료로 내부 및 성벽 회랑 관람이 가능합니다.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을 지참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운영 시간이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폰페라다 이후 캄포나라야까지의 길 난이도는 어떤가요?

A. 고도 변화가 거의 없는 완만한 평지길입니다. 마을과 포도밭 농로를 지나며 바(Bar)와 휴식 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피로에 쫓겨 선택했던 지름길 때문에 멀리서 성채를 바라보기만 했던 그 순간은, 폰페라다를 벗어나는 내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카미노를 다시 걷는다면 망설임 없이 캄포 경유 루트를 선택할 것입니다.

몰리나세카 갈림길 앞에 서 계신다면 저처럼 멀리서 성채를 바라보며 후회하지 마시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성 앞을 온전히 지나는 대안 루트를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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