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디요스에서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 사아군 반환점 및 배낭 피팅 팁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에서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까지는 약 23km를 걷는 평탄한 구간입니다. 전형적인 메세타 평야 지대이지만, 사아군을 지나면서부터는 길게 조성된 가로수길 덕분에 볕을 피하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 출발지: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도착지: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 (Bercianos del Real Camino)
- 총 거리: 약 23km
- 예상 소요 시간: 약 5시간 30분 ~ 6시간 (휴식 제외)
- 주요 경유지: 모라티노스(3.2km) →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3.3km) → 사아군(7.2km) → 칼사다 델 코토 갈림길(4.5km) → 베르시아노스(5km)
- 구간 난이도: 하 (고도 변화가 거의 없는 평지 위주)
- 보급 포인트: 모라티노스와 산 니콜라스에 소규모 바(Bar)가 있으며, 중간 기점인 사아군에 대형 슈퍼마켓(디아, 에로스키)과 약국, 식당이 밀집
사아군 반환점 통과 및 순례길 중간 지점 정보
사아군 진입 전 에르미타 데 라 비르헨 델 푸엔테 근처에는 레온의 왕 알폰소 6세와 수도원장 베르나르도의 석상이 서 있습니다. 이곳이 프랑스 길 전체(약 800km)의 지리적 절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지점입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 400km 가까이 걸어와 마침내 반환점을 찍었다는 사실이 숫자로 실감 났습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차도 위에 서 있는 석조 구조물인 산 베니토 아치를 지나게 됩니다. 과거 스페인 굴지의 규모를 자랑했던 산 베니토 수도원의 남문이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거대한 성당 건물은 사라지고 이 문만 남아 있는데, 옛 석조 문 아래로 일반 차량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아군은 큰 도시라 ATM 이용이나 생필품, 비상약 보급을 하기에 적합하여, 저희도 이곳 슈퍼마켓에 들러 점심 요깃거리와 식수를 보충했습니다.
사아군 이후 갈림길: 베르시아노스 코스 선택 가이드
사아군을 지나 칼사다 델 코토 근처에 이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목적지와 선호하는 걷기 환경에 따라 코스를 명확히 선택해야 합니다.
- 베르시아노스 방향 (남쪽 루트):
- 주요 경로: 칼사다 델 코토 인근 → 베르시아노스 → 엘 부르고 라네로
- 길 형태: 차도 옆 순례자 전용 보행로 (안다데로)
- 그늘 유무: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있어 그늘 확보 용이
- 보급 편의성: 5~6km 간격으로 마을과 알베르게, 쉼터 위치
- 칼사디야 방향 (북쪽 루트):
- 주요 경로: 칼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 만시야
- 길 형태: 고대 로마 도로(비아 트라야나) 흔적을 잇는 흙길
- 그늘 유무: 나무가 거의 없어 직사광선 노출 심함
- 보급 편의성: 칼사디야 이후 약 18km 동안 마을 및 바 없음
저희는 무더위를 피하고 안정적으로 걷기 위해 베르시아노스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차도와 완벽히 분리된 보행로에 플라타너스 나무가 약 10m 간격으로 심겨 있어 메세타 특유의 햇빛을 가려주었습니다. 중간중간 돌벤치와 식수대도 설치되어 있어 체력을 안배하기 수월했습니다.
동키 서비스 중단 후 터득한 배낭 피팅 팁
전날 배낭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속을 끓인 뒤, 남은 일정은 동키 서비스(짐 수송, 회당 약 5~7유로)를 쓰지 않고 직접 메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사용한 배낭은 오스프리 36L 모델입니다.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몸에 맞추는 피팅 순서였습니다. 초반 며칠은 어깨 통증이 심해 걷는 내내 멈춰 서서 끈을 손봐야 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잡은 배낭 착용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허리 힙 벨트 고정: 가장 먼저 허리 벨트를 채웁니다. 골반뼈 상단이 벨트 패드 가운데에 걸치도록 단단히 당겨 묶어 하중의 70% 이상을 하체로 분산시킵니다.
- 어깨 하네스 조절: 어깨 스트랩 아래쪽 끈을 뒤로 당겨 배낭 본체가 등판에 들뜨지 않게 붙입니다. 무게를 어깨로 다 받지 말고 밀착만 시킨다는 느낌으로 당깁니다.
- 무게 조절 끈(로드 리프터) 당기기: 쇄골 위쪽, 배낭 상단과 어깨끈을 연결하는 작은 스트랩을 45도 각도로 가볍게 당겨줍니다. 배낭 상단이 등 쪽으로 밀착되면서 뒤로 넘어가는 쏠림 현상이 사라집니다.
- 체스트 스트랩 체결: 가슴 끈을 채워 어깨 스트랩이 양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호흡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체결합니다.
50대에 접어들어 무게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골반으로 무게를 받치고 등판에 밀착시키는 감을 찾고 나서는 7~8kg에 달하는 무게 부담이 훨씬 덜해졌습니다.
소규모 알베르게 4인실 숙박 후기 및 소음 대비책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에 도착해 예약 없이 소규모 알베르게(1박 12유로 안팎)에 들어갔습니다. 삐걱거리는 2층 침대 대신 싱글 1층 침대 4개만 놓인 아담한 4인실을 배정받아 오늘은 정말 조용하고 쾌적하게 쉴 수 있겠다고 안도했습니다. 오르내릴 필요 없는 단층 침대에 배낭을 풀며 운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방을 함께 쓴 프랑스인 순례자의 코골이가 시작되면서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수십 명이 쓰는 대형 알베르게는 천장이 높고 공간이 트여 있어 소리가 분산되지만, 4명만 쓰는 좁은 방은 사방 벽을 타고 소리가 그대로 울렸습니다. 1층 침대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보니 바닥과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숨소리와 진동이 고스란히 귓가를 때렸습니다. 20km 넘게 걸어 온몸이 녹초였지만 귀를 틀어막은 채 밤새 뜬눈으로 뒤척여야 했습니다.
이날의 고생 이후 몇 가지 알베르게 소음 대처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첫째, 2층 침대가 없는 소규모 방이라도 안심하지 말고 차음률(NRR)이 높은 실리콘 몰드형 귀마개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머리맡에 항상 준비해 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둘째, 방 안에서 침대 자리를 고를 때는 구석진 벽 쪽보다 공기 순환이 되는 창문이나 출입문 쪽을 택하는 편이 소음 울림과 답답함을 덜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소음이 심할 때는 빗소리나 백색소음 어플을 타이머로 켜두고 잠을 청하는 것도 숙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아군을 지나며 반환점을 찍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짐 수송을 그만두고 직접 배낭을 메며 겪은 피팅 시행착오와 좁은 방의 소음 변수까지 순례길은 늘 새로운 배움을 던져주었습니다. 비록 몸은 고단했지만 메세타의 가로수길 아래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남은 여정 동안 내 몸과 짐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하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