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에서 온타나스 31km 메세타 첫날의 실수와 분할 팁

부르고스에서 온타나스까지는 약 31km에 달하며, 성인 걸음으로 8~9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구간입니다. 나무 그늘이 전혀 없는 스페인 중부 고원 지대 특성상 한낮 기온이 오르면 체력 소모가 평지나 숲길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이날 일정은 사전 판단 실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하루 평균 20km 안팎을 걸어왔기에 '10km 정도 더 걷는 것은 큰 무리가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고, 온타나스의 알베르게를 덜컥 예약해 버렸습니다. 예약에 얽매여 중간 마을에서 쉬지 못한 채 뙤약볕 아래를 걸어야 했고, 결국 탈진과 피로로 신경이 곤두서 남편과 다투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구간을 준비하는 분들이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도록 구간 정보와 주의점을 정리했습니다.

  • 출발지: 부르고스(Burgos)
  • 도착지: 온타나스(Hontanas)
  • 총 거리: 약 31km
  • 소요 시간: 8~9시간
  • 주요 경유지: 타르다호스 → 라베 데 라스 칼사다스 →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 산 볼 → 온타나스
  • 길의 특징: 그늘이 전무한 황토길, 단조로운 직선 주로, 자갈 내리막
그늘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메세타 평원의 황량한 흙길과 뜨거운 태양

라베 통과 후 시작되는 메세타 평원

부르고스를 벗어나 타르다호스와 라베 데 라스 칼사다스(Rabé de las Calzadas)를 지나면 주변 경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사방이 탁 트인 농경지와 완만한 구릉이 끝없이 펼쳐지며 스페인 고원 지대인 메세타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처음에는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단조로운 길이 몇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피로가 급격히 쌓입니다. 고도를 높여 치고 올라가는 산길과 달리, 메세타는 똑같은 보폭과 리듬으로 긴 시간 버텨야 하는 길입니다. 특히 직사광선에 쉼 없이 노출되면서 체력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라베 데 라스 칼사다스를 지나 오르니요스까지 이어지는 약 8km 구간에는 물을 구할 수 있는 식수대나 상점이 없습니다. 이 허허벌판 구간에 들어가기 전, 라베 마을의 바(Bar)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물통에 물을 채워두어야 합니다.

저희는 너무 힘든 나머지 뙤약볕 아래 지친 다리를 쉬게 하려고 배낭에서 돗자리 겸용 판초우의를 꺼내 먼지 날리는 길가 그나마 평평한 흙바닥에 깔고 앉았습니다. 전날 미리 챙겨둔 간식을 먹으며 신발과 양말을 벗어 달아오른 발바닥의 열기를 잠시 식히고 발사이에 바세린을 발라 주었습니다. 이 구간을 걸을 때 잠시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판초우의 하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타물로스 자갈길과 2일 분할 팁

메세타 지형이 완전한 평지로만 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라베를 지나 완만하게 언덕을 오른 뒤 오르니요스 계곡으로 내려가는 구간에는 거친 자갈길이 나타납니다. 특히 마을 진입 직전에 위치한 '쿠에스타 데 마타물로스(Cuesta de Matamulos)' 내리막길은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장시간 걸어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굵은 돌과 자갈이 섞인 내리막을 걷다 보면 발을 헛디디기 쉽습니다. 트레킹 폴로 체중을 분산하고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걷지 않으면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무리가 갑니다.

내리막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부르고스 기준 약 20km 지점인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에 도착합니다. 알베르게, 식료품점, 식당이 갖춰진 마을입니다. 도착했을 때 이미 발바닥 통증과 근육 피로가 한계치에 달했고, 이곳에서 일정을 마치고 쉬는 순례자들을 보며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온타나스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둔 탓에 취소하지 못하고 10km를 더 걸어야 했습니다. 메세타 첫날 30km를 한 번에 걷는 일정은 체력적인 손실이 큽니다. 무리하게 한 번에 걷기보다는 오르니요스에서 1박을 쪼개어 이동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 추천 2일 분할 일정

  • 1일차: 부르고스(Burgos) →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Hornillos del Camino) / 약 20km (체력 안배 및 첫 메세타 적응)
  • 2일차: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 / 약 20km (산 볼, 온타나스를 거쳐 이동)

오르니요스를 벗어나면 온타나스까지 또다시 인적 없는 들판이 이어집니다. 중간 지점에서 과거 나환자 병원 터였던 붉은 지붕의 '산 볼(San Bol)' 알베르게를 지나게 되는데, 황량한 평원 한가운데 위치해 잠시 가쁜 숨을 고르고 마지막 걸음을 옮기기에 알맞은 장소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지대 위로 풍력발전기와 파란 하늘이 보이는 메세타 평원 풍경

메세타 첫 구간 필수 점검 사항

라베 마을을 벗어나면 오르니요스까지, 오르니요스를 벗어나면 온타나스까지 중간에 보급처가 없습니다. 탈수와 부상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물 1.5L 이상 지참: 건조한 고원 바람과 직사광선 때문에 수분 손실이 매우 빠릅니다. 마지막 마을을 떠나기 전 공용 분수대나 바에서 물통을 가득 채우고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 햇빛 차단 장비: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 토시나 얇은 긴 소매 옷을 준비합니다. 볕을 가려줄 나무가 전혀 없으므로 피부 화상을 입기 쉽습니다.
  • 이른 아침 출발: 태양이 머리 위에 뜨는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는 체력 저하가 극심합니다. 새벽 6시 전후로 일찍 출발해 가장 더운 시간대에 목적지나 중간 거점에 도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간단한 보충 간식: 상점이 없는 긴 구간에 대비해 전날 미리 준비한 바나나, 견과류 같은 간식을 배낭 손 닿는 곳에 넣고 지치기 전에 챙겨 먹어야 합니다.
  • 돗자리 겸용 판초우의: 마을 사이 구간에는 앉아서 쉴 벤치나 돌이 전혀 없습니다. 길가 흙바닥에 깔고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의 열기를 식히거나 간식을 먹을 때 유용합니다.
  • 숙소 선예약 지양: 날씨와 당일 신체 컨디션의 편차가 큽니다. 거리를 길게 잡아 미리 숙소를 결제해 두면 중간에 몸에 이상이 와도 멈출 수 없어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움푹 파인 계곡 지형에 가려져 코앞까지 가야 겨우 지붕이 보이던 온타나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습니다. 예약해 둔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시원한 음료와 따뜻한 순례자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며 간신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잡은 하루 31km의 일정은 피로와 언쟁만 남겼습니다. 숙소 예약이라는 욕심에 끌려가지 않고 지형과 당일 체력 상태에 맞춰 걷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 날이었습니다.